[의학칼럼] 침묵의 장기 간, 간 건강을 해치는 간염의 종류와 그 예방법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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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폐, 뇌, 신장과 같은 신체의 주요 장기는 손상을 입게 될 경우 심한 증상과 함께 즉각적인 생명의 위협을 주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그 기능이 저하되기도 합니다. 주요 장기 중에 하나인 간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장기이지만, 왠만한 손상으로는 증상이 생기지 않으며, 나이가 들더라도 젊을 때와 비슷한 기능을 유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신체에서 그 크기가 가장 크며, 충분한 여유를 가지게 된 이유가 인류와 오래전부터 함께 해 온 간염바이러스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집니다. 간염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급성 간염은 모든 간세포를 일시에 감염시켜 기능을 광범위하게 손상시키기 때문에 간의 크기가 작은 경우 인류는 생존하기가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넉넉한 크기의 간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간을 손상시키는 주된 원인으로는 간염바이러스, 술(알코올), 약물, 대사장애나 면역 질환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중 간염바이러스는 A, B, C, D, E형 등으로 구분됩니다. 그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만성 간 질환의 원인은 B형 간염 바이러스로 국내 성인 중 3~5%가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염은 간세포가 손상을 입고, 혈액에서 간효소(AST, ALT 등) 수치가 상승하며 생기는 질환으로, 위에 언급된 술(알코올),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약물이나 천염물, 음식으로 전염되는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대표적 원인이지만,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처럼 주사기나 성적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간염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바이러스를 꼽았지만, 지금은 바이러스보다 지방간에 의한 간염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간 질환은 증상으로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가벼운 염증은 증상을 일으키지 않으며 염증이 진행해 증상이 생겨도 피로감, 무력감, 식욕부진과 같은 애매한 전신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더 심한 염증이 생기면 소변 색깔이 홍차처럼 진해지고, 눈자위와 피부에 황달이 생겨 노랗게 되기도 합니다. 특히 진한 소변이 아침 시간 이외에도 계속 보인다면 간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간이 많이 부어 있다면 막연한 통증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전구증상 없이 먼저 복통이 생긴 경우에는 간염보다는 담도질환(담석증, 담관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간 기능 검사를 해보면 염증 초기 단계부터 AST, ALT 수치가 상승하는데, 염증의 정도와 비례해 상승합니다. 황달이 발생하는 간염은 심한 손상을 의미하므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보통 급성 간염은 1∼3개월 이내에 완치되지만, 간염이 6개월 이상 낫지 않고 진행되면 만성 간염일 수 있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 만성 간염으로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진행하면서 간경변증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간암이 생길 위험도 있습니다.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염의 원인을 알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빈도가 계속 늘고 있는 지방간에 의한 간염은 체중조절과 식이조절이 중요합니다. 지방간 환자의 25%에서는 지방 간염이 생기고 이들 중 10-25%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간을 가벼이 여기면 안됩니다.
바이러스 간염 중 A, B형은 예방접종이 가능하지만 C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일반 백신이 없습니다. 따라서 전염 루트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형 또는 C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면도기와 칫솔 같은 개인 용품은 개별 사용하고, 성적 접촉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음을 알아둬야 합니다. 다만, 먹는 것으로는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식기나 수건까지 구분해서 쓸 필요까지는 없겠습니다.
수없이 많은 민간요법의 약제들은 간의 입장에서 보면 처리해서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할 ‘잠재적 독성물질’입니다. 일부 식물성 알칼로이드는 그 자체 혹은 간 대사 과정 중 생성되는 독성 대사물이 간세포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또한 공산품처럼 품질관리가 소홀한 상태에서 거래되는 재료는 재배 및 유통과정에서 중금속이나 유해세균의 오염에 대한 관리와 검증이 불완전한 상태가 많습니다.
때문에 품질관리가 되지 않은 자연 채취 식품, 민간 처방약제, 표준화 관리되지 않은 생약제 등의 사용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공인된 검사 과정을 거친 보조 식품이나 영양제는 규정 용량을 준수하면 대부분 간 질환 환자에서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증의 만성 간 질환 환자, 특히 여러 가지 약물을 처방 복용중인 환자는 담당 의사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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